숨겨진 무기 - '부조(扶助)'의 비밀 (1)
- 채찍 이전에 '대화'가 있다 -
말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주로의 상태까지 파악했다면
이제 다시 안장 위로 시선을 돌려보자.
기수가 말에게 보내는 모든 신호와 명령을
‘부조(도울 부 扶, 도울 조 助)’라고 한다.
말 그대로 사람의 힘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말의 운동을 돕고 이끌어내는 은밀한 대화다.
초보자들은 기수가 채찍으로 세게 때려서
말을 뛰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500kg의 거구를 사람의 완력으로
때려서 뛰게 할 수는 없다.
진짜 기승술의 핵심은 주부조(主扶助)와
이를 거드는 부부조(副扶助)의 완벽한 조화에 있다.
1. 모든 교감의 시작과 끝, 주부조(主扶助): 고삐와 재갈
기승술에서 오직 '고삐'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주부조는 인마(人馬) 교감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수의 주먹과 말의 입이 소통하는
이 섬세한 과정 하나로 직진, 회전, 정지 등
경주 전개의 명운이 온전히 결정된다.
이 교감의 핵심은 말의 입안에 물리는 쇳덩이,
‘재갈’에 있다.
말의 입 구조를 보면 앞니와 어금니 사이에
이빨이 없는 빈 공간(치조사간)이 있는데,
잇몸이 얇아 감각이 매우 예민한 이곳에 재갈이 위치한다.
말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재갈이 쓰이지만,
기본적으로 기수의 주먹이 고삐를 통해 미세하게 움직이면
재갈이 그 예민한 잇몸에 압력을 가하며
말과 소통을 이뤄내는 원리다.
2. 도우미일 뿐이다, 부부조(副扶助): 채찍과 음성
채찍, 음성(기합), 박차 등은 어디까지나
주부조(고삐)를 돕기 위한 보조 수단,
즉 부부조에 불과하다.
주부조가 무너진 상태에서 무작정 채찍만 때려대는 것은
운전대는 놓친 채 엑셀만 밟아대는 꼴이다.
진짜 고수들은 강한 물리적 타격에 의존하지 않는다.
혀를 차거나 기합을 넣는 등 '들려주는 것(음성)'만으로도
말의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킨다.
채찍 역시 굳이 세게 때릴 필요가 없다.
말의 시야 언저리에 채찍을 휙 하고
'보여주는 것(견세)'만으로도 말은 스스로 전력 질주할
타이밍을 알아챈다.
부조는 폭력이 아니라,
말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섬세한 알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