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력의 원천 1 - '사과 엉덩이'의 미학(美學)




- 얼굴은 화장발, 엉덩이는 생활력이다 -




경마장에 들어서면 대다수 팬은 예시장에서 말의 얼굴을 먼저 본다.

눈이 초롱초롱한지, 귀를 쫑긋거리는지, 목을 우아하게 쓰는지를 살핀다.

물론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나는 감히 말한다.

그것은 '화장발'일 수 있다.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에게 중요한 것은 투구의 장식이 아니라,

적진을 뚫고 나갈 말의 '엔진'이다.

경주마의 엔진은 100% 후구(Hindquarters),

즉 엉덩이와 뒷다리에 있다.







1. 추진력의 실체: 갈라져야 산다




예시장에서 말의 옆모습만 보지 말고,

반드시 뒤쪽으로 가서 서보라.

내가 현장에서 40년간 수천 마리의 엉덩이를 보며
깨달은 진리는 하나다.

"명마의 엉덩이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추진력이 좋은 말은 엉덩이 좌우의 중둔근(Gluteus Medius)이

럭비공 두 개를 붙여놓은 듯 빵빵하게 솟아올라 있다.

근육이 어찌나 큰지 엉덩이 가운데에 깊은 골이 파여,

마치 거대한 '사과(Apple Rump)'나 잘 익은 복숭아 같은 형상을 띤다.




이 '갈라짐(Split)'이 왜 중요한가?

이 근육은 뒷다리를 뒤로 힘차게 뻗는(Extension) 핵심 동력원이다.

뒤에서 봤을 때 밋밋한 '평면 엉덩이'를 가진 말은

다리를 뻗는 힘이 약해 보폭을 넓게 가져갈 수 없다.

반면, 가운데 골이 확실하게 갈라진 말은

그 근육의 수축과 이완만으로도 경쟁자보다 반 발짝 더 나가는

추진력을 만들어낸다.







2. 1000cc와 3000cc의 차이




자동차로 치면 평평한 엉덩이는 1000cc 경차 엔진이다.

평탄한 흐름에서는 잘 따라가지만,

승부처인 직선주로에 들어서거나 힘겨운 오르막을 만났을 때

엑셀을 밟아도 치고 나가는 맛이 없다.




반면 '사과 엉덩이'는 3000cc 터보 엔진이다.

기수가 채찍을 대거나 고삐를 털어 신호를 주는 순간,

타이어가 지면을 긁어대듯 흙을 차고 나가는 토크(Torque)가 다르다.

나는 기수 시절, 안장 뒤에서 전해지는 그 묵직한 근육의 파동만으로도

"오늘 이 놈은 사고 치겠구나"를 직감하곤 했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예시장에서 남들이 말 얼굴 보고 "귀엽다" 할 때,

여러분은 묵묵히 뒤로 돌아가라.

그리고 확인하라.

그 말이 밋밋한 호박을 가졌는지,

터질 듯한 사과를 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