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력의 원천 2 - '낫(Sickle)'과 작은 거인 '중강진'




- 크기가 아니라 '각도'와 '밀도'다 -




지난 시간 우리는 강력한 엔진인 '사과 엉덩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엔진만 좋다고 차가 잘 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 힘을 손실 없이 지면에 전달하고,
충격을 튕겨낼 '서스펜션(Suspension)'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뒷다리의 관절, '비절(Hock)'이다.







1. 낫(Sickle)처럼 굽은 다리의 비밀




측면에서 볼 때 가장 유심히 봐야 할 곳은 뒷다리의 각도다.

많은 팬이 "다리는 기둥처럼 곧게 뻗어야 튼튼하다"고 오해하지만,

뒷다리만큼은 예외다.




뒷다리의 비절은 약간 낫(Sickle)처럼,
혹은 'ㄱ'자 형태로 적당히 굽어 있어야 한다.

이것은 물리적으로 '압축된 스프링'과 같다.

관절이 적당히 굽어 있어야 다리를 배 밑 깊숙이 집어넣을 수 있고,

그 반동으로 튕겨 나가며 땅을 박차는 힘이 생긴다.




반대로 대나무처럼 꼿꼿하게 서 있는 '직비(Straight Hocks)'는

충격 흡수가 안 되어 관절염에 취약할 뿐 아니라,

다리가 들어오는 범위가 좁아 보폭이 짧을 수밖에 없다.

약간의 곡선(굽음)은 결점이 아니라 탄력의 필수 조건이다.







2. [실전 사례] 430kg의 기적, '중강진'




이 이론이 실전에서 어떻게 증명되는지,

내 40년 경마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말, '중강진'을 소환한다.




이 말의 체구는 고작 430kg.

현대 경마의 평균인 480~500kg에 비하면 왜소한 '강아지' 수준이었다.

힘 싸움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실제로 경주가 시작되면 초반 스타트는 언제나 꼴찌였고,

선두권과는 50m 이상, 거의 반 바퀴 가까이 뒤처지기 일쑤였다.

관중들은 혀를 찼다.

"쯧쯧, 저건 끝났다."




하지만 3코너를 돌며 가속이 붙기 시작하면 기적이 일어났다.

중강진에게는 남들이 갖지 못한 무기,

바로 '완벽한 스프링'이 있었다.







3. "채찍이 땅에 끌린다"




직선주로에 들어서면 중강진의 몸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길게 늘어났다.

뒷다리의 비절이 깊숙이 들어갔다가 펴지면서,

몸통 전체가 고무줄처럼 팽팽하게 펴졌다.




당시 기승했을 때, 말이 어찌나 몸을 낮게 깔고 쭉쭉 뻗어 나가는지

"내가 쥔 채찍 끝이 모래바닥에 닿겠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것은 단순한 빠름이 아니었다.

430kg의 작은 근육들이 만들어내는 극한의 유연성이었다.

덩치 큰 말들이 뻣뻣하게 둔탁한 소리를 낼 때,

중강진은 그 '낫 같은 다리'의 탄력 하나로 50m의 격차를 지우고

기어이 우승을 낚아채곤 했다.




체중계의 숫자에 속지 마라.

500kg의 뻣뻣한 덤프트럭보다,

430kg의 탄력 있는 스포츠카가 더 무서운 법이다.